2024. 4. 16. 21:29일상단상
대학생이 되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던 딸아이였다. 고2 강사로 주 2일 한 타임씩 근무를 하기 시작. 그 정도는 큰 무리가 없겠다는 판단 하에 허락을 해 주었고 조용히 지켜봐 주기로 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딸은, 나의 우려와는 다르게 잘 해나가는듯 했다. 모든 부모들이 그러하듯이 언제나 아기처럼 보이는 자식이기에 아르바이트 다녀온 아이의 눈치를 살피기도 하고 어년중에 슬쩍 떠보기도 했다. 나름 잘 해나가고 있는듯해 보였고 그런 딸이 기특하기도 대견하기도 했다.
어느 한날, 웃으며 장난으로
🧑🦱 : 첫 월급 받으면 빨간 내복 사주는거야? 엄마도 빨간 내복 입을수 있는거야?
라던 철 없는 엄마의 말에 살짝히 미소만 띄우던 아이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적은 월급에 무슨, 필요한데 잘쓰길 바라는 마음이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한달이 훨씬 지났을 쯤, 딸아이가 건넨 종이가방 하나. 금장으로 디올이라 적혀 있는 새하얀 작은 종이가방을 무심히 건네는 아이였다.
🧑🦱 : 어머, 이게 뭐야?
👩 : 첫 월급 받은 기념으로 빨간 내복 대신이야.
🧑🦱 : (미소가 번지며) 뭘 이런걸 다 샀어. 얼마 받는다고 이런데 돈을 써.
가증스러운 멘트였다. 분명 입은 웃고 있으면서 내뱉는 가증스러운 말과 빠르게 마중 나가고 있는 손들이였다. 뻘쭘한 시선처리와 행동들이였다.

딸 덕분에 처음 써보는 디올 립글로우. 화장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 화장품에 관한 지식도 관심도 없는 아줌마 인데, 국민 립밤이라며 자기가 본 성인여성들은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더라던가 뭐래나. 입술 트면 침 바르거나 뜯지 말고 이 립글로우 바르란다.
참 영롱하니 아름답다. 국민 립밤 답구나 싶다. 이런데 관심없던 엄마지만, 이 립글로우는 귀중히 여기며 잘 쓸께. 고마워. 촉촉한 입술의 엄마가 되어볼께. 어떻게 여는지 몰라 한참을 헤맸다는 무지한 아줌마 1명.
엄마를 생각하며 고르고 골랐을 딸의 마음이 너무 예뻐 아까워서 어떻게 쓰나 걱정이긴 한데 아끼다 머 되는 사태보다는 자주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또 선물받은 사람으로써의 예의니 열심히 써볼 계획이다. 딸, 고마워. 사랑해 💗